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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 이제 누가 챙겨주는 쪽이지?
    고세이 2023. 5. 5.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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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엔지 슈야의 생각으로는 그랬다. 음식을 먹여준다는 행위 자체에 거부감은 없지만, 그것은 보통의 경우 보호자와 피보호자-연인의 경우 챙겨주는 쪽과 챙김을 받는 쪽-의 관계가 되는데, 고엔지 슈야와 세이나 히카리의 경우는, 그 보통의 반대라는 것이다. 무엇이 반대인가 하니, 당연한 이야기지만 먹여주는 쪽과 먹는 쪽이다. 히카리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몰라도 고엔지는 자신들이 주변에 어떤 시선으로 보이고 있는지 인식하고 있었다. 고엔지 슈야 = 챙겨주는 쪽, 세이나 히카리 = 챙김을 받는 쪽. 이것이 당연한 공식으로 성립되고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배어 나오는 행동들이 그것을 반증했다. (고엔지 슈야가 세이나 히카리의 존재 자체로 삶의 지지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히카리를 포함해 몇 없을 것이다. 그리고 이 당연한 공식은 그의 그런 마음을 신경 쓴 종합적인 결과가 습관적으로 몸에 밴 것이라는 사실 또한.) 신경을 쓰는 게 고엔지일 뿐이다. 물론 그조차도 히카리가 괜찮다면 별 문제는 되지 않지만.

     어찌 됐든 지금 그와 그의 연인은 카페였고, 그의 눈 앞에는 딸기가 얹어진 새하얀 생크림케이크 한 조각이 포크 위에 놓인 채 입 속으로 들어가길 기다리는 중이었다. 그리고 그 포크의 손잡이를 잡고 있는 손을 따라 시선을 쭉 옮기면... 그 사람이 바로, 세이나 히카리였다. 이쯤 이야기를 늘어놓으면, 지금 이 상황에서, 정확하게 무엇이 '반대'인지 알아챘을지도 모르겠다. 물론 고엔지가 누군가에게 다정하게 무언가를 먹여준다거나-특히나 '아~'를 요구하는 사랑스러운 대사와 함께라면 더욱 그렇다- 그것을 군말 없이 받아먹을 누군가가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가 어색하다는 사람이 대부분이고, 그것은 딱히 신기한 일도 아니다. 세이나 히카리라는 사람이 그것을 그에게 요구한다면 그도 거부하지는 않겠지만.

     그냥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을 뿐이다. 정말로, 그 뿐이다. 고엔지 슈야의 그런 생각을 알아차리기라도 한 듯-어떻게 보면 당연한 수순이기도 하다-

     자! 슈야가 나한테 먹여주는거야.

     그의 연인이 갑자기 노선을 변경했다. 그리고는 테이블 위에 가만히 놓여있던 고엔지의 오른손을 잡아 들어 올리고, 자신이 쥐고 있던 포크를 그 손에 쥐어주었다. 모두가 알고 있는 무언가를 기다리는 듯....... 장난기를 굳이 숨기지 않는, 너무나도 익숙한 그 얼굴이다. 그리고 앞서 말했듯이 그에게,

     그것을 거부한다는 선택지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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