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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마마 - 하루만
하루만이라도 잠시만이라도
내 곁으로 다시 돌아와줘
잘 준비를 끝내고 폭신한 이불에 파묻혀 스마트폰을 확인해보면 꺼진 조명 아래에서는 눈이 부신 밝기의 화면.
7월 7일. 00시 02분.
자정이 막 지난 시간. 아, 생일 끝났다. 자기 전 천천히 하루를 되돌아본다.
오늘 재밌었지, 친구들이랑 만나서 기분전환도 하고.
다들 내 생일이라며 자기들이 더 들떠서는, 아침 일찍부터 만나자고 약속을 잡아서 일어나는 게 좀 힘들었지만.
그래도 오랜만에 맛있는 것도 먹고, 놀러도 다니고. 같이 수다 떨 사람이 있다는 건 역시 좋더라.
점심은 내가 좋아하는 스파게티를 먹으러 갔고, 다같이 놀이공원에 가서 신나게 바이킹도 탔지.
응,
재밌었어. 재밌었어. 1부터 10까지 중에 얼만큼 재밌었냐 물으면, 당연히 10만큼 재밌었어. 10만큼 좋았고, 10만큼 즐거웠어.
네가 없어도, 좋았어. 네가 없어서, 딱 그만큼만 좋았어.
아침 일찍 다정한 목소리로 나를 깨워주는 네가 없어서 시끄러운 알람 소리로 하루를 시작해야했어.
내가 좋아하는 스파게티를 같이 먹어주는 네가 없어서 넌 지금쯤 식사는 하고 있으려나, 걱정해야했어.
정신없이 놀고 있는 나에게 조심하라며 한마디 해주는 네가 없어서, 보고싶었어.
보고싶어.
네가 보고싶어.
10인 나를 100으로 채워주는 네가 보고싶어. 내 세계를 넓혀주는 네가 보고싶어.
태어난 날보다 살아갈 날이 더 소중하다고 느끼게 해준 너. 언제나 이곳에서 함께였기 때문인지, 널 맞으러 나간 적이 없어. 네가 날 두고 나간 적이 없으니까. 나도, 널 두고 나간 적이 없으니까.
그러니, 네가 돌아오면 내가 가르쳐줄게. 너에게.
맞아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의 기쁨을. 지금의 너를 포기하지 말아줘.
네가 살아온 날을 사랑하는 내가, 살아갈 날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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